미세먼지 너 누구니?
우린 너와의
이별을 원해!
수도권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미세먼지 띠
우리나라 겨울 날씨에 대해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3일간 추우면 4일은 따뜻하다는 뜻인데요, 요즘은 삼한사온 대신 신조어 ‘삼한사미’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찾아온다는 뜻입니다. 겨울철 따뜻한 기단이 한반도에 자리잡을 때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봄철에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기청정기 시장은 연일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공기 컨설턴트’라는 신종 직업까지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최근 건설되는 아파트 중 미세먼지 제거용 ‘에어 샤워룸’을 현관에 갖춘 곳이 나올 정도입니다.
미세먼지, 너 독종이라며?
아주 적은 양이라도 건강에 위험
미세먼지는 대기중에 오랜 시간 떠다니는 작은 먼지를 뜻합니다. 크기가 작아서 호흡기를 거쳐 폐포까지 이르거나 혈관까지 침투할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급성, 만성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건강 영향은 한때 논란거리였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약간의 미세먼지만 있어도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보통 독극물은 노출되도 안전한 수준의 ‘문턱값’이 있는데, 미세먼지에는 이런 문턱값이 없어서 아주 적은 양이라도 피해가 누적된다는 뜻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디첸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농도와 사망률 사이의 관계를 밝힌 바 있습니다. 연구팀은 미국 내에서 2000년부터 2012년 사이 사망한 2,243만 명의 정보를 수집해 지역별로 분석했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노약자 사망률이 1.05%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조사대상자 중 94%가 미국환경청(EPA) 기준보다 미세먼지농도가 낮은 지역에 살았는데도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사망률이 다른 지역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준치보다 낮은 농도의 미세먼지도 안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과 인하대 연구팀이 수행한 서울 시민 대상 연구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65살 이상 노인 등 대기오염에 민감한 집단의 사망률은 미세먼지(PM10)에 대해 0.4%씩, 초미세먼지(PM2.5)에 대해 1.1%씩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됐습니다.
미세먼지는 우리 몸 곳곳에 다양한 영향을 주기에 다양한 대처방안이 필요합니다.
© 삼성병원
미세먼지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이유는 우리몸에 쉽게 침투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몸의 호흡기는 대기중에 섞인 해로운 물질을 효과적으로 걸러냅니다. 1차적으로 축축한 비강이 비교적 큰 입자를 걸러내고, 기관지의 섬모들이 미세한 입자까지 모아서 가래의 형태로 내보기 때문에 깨끗한 공기만 폐포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호흡기의 방어체계를 뚫고 폐포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폐포에는 먼지를 걸러낼 섬모가 없어서 외부 물질에 대한 방어가 면역체계로만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미세먼지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 폐포에 누적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더 큰 문제는 크기가 아주 작은 미세먼지는 아예 폐포에서 혈관으로 침투해 순환계를 타고 몸 곳곳에 이르기도 하며 이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체내 곳곳에 축적되어 다양한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미세먼지, 너 어디서 온 거니?
유기물을 태우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
그런데 과거에도 매년 황사로 봄철마다 모래먼지가 가득했는데도 왜 미세먼지가 특히 문제일까요? 미세먼지의 성분 자체가 황사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세먼지는 단순히 작은 먼지가 아닙니다.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 작은 물질들이 한데 섞인 아주 복잡한 입자입니다.
흔히 유기물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분진이 미세먼지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상당량의 미세먼지는 배기가스나 연기에 포함된 수많은 물질이 대기 중에서 서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2차 생성 미세먼지’라고 하며, 분진이 직접 배출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현대 도시에서는 2차 생성 미세먼지가 더 많습니다. 환경부의 조사에 하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국내 미세먼지 중 2차 생성물이 1차 배출물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세먼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탄소화합물로, 미세먼지 덩어리의 핵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탄소화합물은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또는 나무와 같은 유기물을 태울때 많이 발생하지요. 따라서 연료를 사용하는 모든 곳, 공장이나 발전소, 자동차, 심지어는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에서도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위험한 성분은 유기물의 불완전연소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입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쉽게 증발하는 유기화합물을 말하며 파라핀, 올레핀, 방향족화합물을 비롯해 생활 주변에서 사용하는 탄화수소가 거의 모두 해당됩니다. VOC는 대기중에서 햇빛을 받으면 화학반응에 의해 벤젠과 같은 독성물질을 생성합니다. 이러한 물질이 탄소핵에 달라붙어 미세먼지를 이루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황산염(SO42-), 질산염(NO3-), 암모늄염(NH4+)도 미세먼지의 한 부분을 이루며, 일부 중금속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황산염은 주로 발전소나 제련공장, 교통수단에서 화석연료를 연소시킬 때 화석연료 속의 황성분이 산소와 결합해 발생합니다. 황산염은 대기 중 수증기와 반응해 황산(H2SO4)이 돼 산성비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황산 입자는 다시 암모니아와 반응해 황산암모늄((NH4)2SO4)으로 변해서 미세먼지 입자를 생성합니다. 질산염은 질소산화물의 일종으로 연소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 오존(O3)등과 반응해 산성 물질인 질산(HNO3)을 생성하고, 이는 대기 중 알칼리성 물질인 암모니아(NH3)와 반응하여 질산암모늄(NH4NO3)을 형성합니다. 질산암모늄은 대기 중 화학반응으로 생성되는 2차 미세먼지의 대표적인 물질입니다. 미세먼지 해법이 어려운 이유는 이처럼 2차생성물을 만드는 물질을 하나하나 관리하고 규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과거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도 미세먼지가 최근에야 주목받은 원인입니다. 대기중에 떠다니는 먼지 전반을 통틀어 총부유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s)라고 하는데, 통상 지름이50㎛ 이하의 입자들입니다. 이 정도 크기의 입자는 시야를 뿌옇게 보이게 해서 오염도가 분명히 드러나기에 과거에는 TSP를 기준으로 환경기준을 정했습니다. 그러나 역학조사를 통해 지름이 10㎛보다 큰 입자는 인체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미세먼지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미세먼지, 너 국적이 어디니?
미세먼지는 유독 겨울철과 봄에 심합니다. 추운 날이 계속되다 따뜻해져서 지표면 근처에 대기가 정체되는 역전층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대기 중 우리가 생활하는 영역은 ‘대류권’이라고 합니다. 햇빛을 받으면 공기보다 땅이 먼저 따뜻해지기 때문에 대류권에서는 높이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집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지표면의 따뜻해진 공기가 높이 올라가고 위쪽의 차가운 공기는 지표면으로 내려오는 대류 현상이 일어나면서 공기가 활발하게 섞입니다. 따라서 지표면의 물질이 축적될 틈이 별로 없이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가 넓은 지역에 퍼지지요.


그러나 지표면 근처의 공기가 따뜻해진 상태에서 땅이 빠르게 식으면 지표면 근처에서는 높이 올라갈수록 온도도 올라가는 구간인 ‘역전층’이 나타납니다. 이 상태에서는 대류가 잘 일어나지 않으므로 지표면의 공기가 주변으로 잘 흩어지지 않습니다. 자연히 대기 중의 물질들이 긴 시간을 두고 활발하게 화학반응을 일으키므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역전층에서 2차 생성되는 미세먼지 외에도 외부에서 생성돼 들어오는 미세먼지도 적지 않습니다. 2019년 2월 6일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1월 한 달 간 고농도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지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03년 미세먼지 측정 이후 최악의 미세먼지가 찾아왔던 2019년 1월 11일부터 15일까지의 미세먼지 원인을 살펴본 것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16년 발표한 동아시아 미세먼지 위성사진 영상. 국립환경과학원과 공동으로 연구한 내용을 보고한 자료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해서 퍼져나가는 미세먼지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 NASA
측정기간 동안 미세먼지의 국내 영향은 약 25% 정도로 국외 영향인 75%보다 낮았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미세먼지의 원인 중 상당량은 중국에 의한 것으로, 미세먼지 문제는 중국과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최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에게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얽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중국도 역시 미세먼지의 피해가 심각한 나라이기에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에너지 절감 및 감축 13.5 계획’을 수립해 2016년부터 5년 간 대기분야에만 1조 7,500억 위안 (약 288조 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산업규모가 크고 인구가 많다 보니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한·중 미세먼지 저감 환경기술 실증 협력사업 대상 지역. 빨간색이 2019년 추가된 곳입니다. ⓒ환경부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제공하고 중국은 산업시설의 배출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공동대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부터 진행된 ‘한·중 미세먼지 저감 환경기술 실증 협력사업’입니다. 이 사업으로 중국의 제철소와 화력발전소 중 일부에 우리 기업의 원심여과집진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한-중 양국은 2019년부터 사업 대상 지역을 기존 12개 성에서 16개 성으로 확대하는 등 협력을 늘리기로 합의하고, 공동 대응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려 노력중이지만
경제성장에 따라 전력수요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쉽지 않습니다.
ⓒ중앙일보
국가간 협력 확대와 함께 최근에는 실시간 ‘미세먼지 지도’를 통해 미세먼지 원인을 찾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위성 자료처럼 보기 쉽게 지도상에 미세먼지 농도를 표시한 ‘미세먼지 지도’는 사실 실시간 관측값이 아닌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모델링한 예상값입니다. 따라서 ‘미세먼지 지도’가 신뢰성을 지니려면 일정 지역에서 정확히 얼마만큼의 오염물질이 배출되는지를 알고 오염물질이 바람 등의 기상조건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계산해야 합니다. 또한, 미세먼지는 바람에 따라 이동하면서 새로운 오염 물질과 반응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모델링의 기초 자료인 주변 국가별 배출량 자체가 정확하지 않으면 수치를 바탕으로 도출한 값의 신뢰성도 낮아집니다. 이를 위해 몽골, 북한 등 우리나라 주변 국가들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평가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합니다.
미세먼지야! 이제 우리 그만 헤어지자!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분분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흐름의 변화 역시 동아시아의 미세먼지 피해가 커진 원인인 만큼 대기오염원 규제부터 기후변화 대응까지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현재로써는 ‘투 트랙 접근’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안입니다. 미세먼지 대책을 국외와 국내로 나누는 것인데요. 중국뿐 아니라 북한과 몽골 등 미세먼지 배출량조차 집계되지 않는 국가들과도 공동 연구를 통해 동북아시아 전체에 대해 신뢰성 높은 조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것입니다. 개별 국가에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 정서와 경제 요건, 국격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결정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지금 대외적 해결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중국의 참여와 협조를 끌어내 공동 조사와 연구, 기술 협력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국내의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찾아 저감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우리가 온전히 통제하기 어려우니,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바꾼다는 취지입니다. 우리 정부도 미세먼지 특별법에 따라 ‘비상저감조치’, ‘미세먼지 집중관리’, ‘산업 가동률 제한’ 등을 포함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비산먼지가 다량 발생하는 철거·굴토 등의 공사시간을 단축·조정하고 열병합발전소와 자원회수시설의 가동률도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또, 노후차량에 매연저감장치를 부착하고, 조기폐차제도를 실시하고, 도시의 노후 보일러를 교체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미세먼지 관련 측정값을 데이터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상조건, 차량 운행, 보일러와 산업시설 현황, 공장과 공사현장 가동 현황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공데이터와 민간 데이터를 모아 새로운 빅데이터로 정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KT와 SKT 등의 기업은 간이 측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이들 개별 데이터를 공공 데이터와 공유한다면 미세먼지 원인 규명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집안 공기를 환기시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매일 스마트폰 앱을 통해 날씨와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일 만큼 이제는 시급히 깨끗한 공기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루 빨리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 주변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미세먼지 걱정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를 기대해 봅니다.